[서귀포시 안덕면 생활환경담당 오인순]얼마 전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고르는데.. 냉장고 진열대에 깔끔하고 예쁜 원두커피에 눈이 꽂혔다. 단단한 투명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가 정말 영원히 사용할 수 있을 것처럼 아주 좋은 재질의 제품이었다. 이 커피의 가격이 2천원이란 것에 한 번 더 놀랐다. 맛을 보고 싶은 충동에 음료를 먹고, 빈 용기는 집에 가져와서 조미료 통으로 사용 중이다. 앞으로 1년은 사용할 수 있을 듯 싶다. 그리고는 그 제품은 다시는 고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세상은 온통 1회용품 천지이다. 그리고 구매하고 싶은 제품도 팔만 뻗으면 손 닿을 거리에 널려있다. 카드 하나 달랑 들고 가벼운 몸으로 마트를 가서, 180L들이 카트에 물건을 가득 담아 두 손 무겁게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금방 구입한 옷, 음식, 물건의 반은 이내 쓰레기가 되어 버려진다. 돈이 있으면 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사는 행동은 이미 구시대적 발상이 되었다.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쓰지 말아야 한다. 하나를 사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하고, 돈을 준다고 해도 더 이상 마음대로 버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물건을 사는 순간 버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안덕면에서는 주민들의 쓰레기 분리배출을 위한 교육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하여, 100회· 5천명에 가까운 주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였다. 쓰레기 줄이기 실천서약서도 교육 대상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종량제 봉투 색깔을 확인하세요’, ‘음식물은 물기를 꼭 짜야 합니다’, ‘쓰레기 부피를 줄이세요,’, ‘가연성 봉투에 재활용제를 넣지 마세요‘, ’쓰레기는 클린하우스 통 안으로 꼭 집어넣어주세요’ 교육을 할 때마다 수도 없이 외치는 말들이다. 교육대상자들은 자기처럼 분리배출을 잘 하는 이도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분리배출에 대한 지적을 받는다. 모두들 ‘잘 버리는 일’에 관심이 적은 것이다. 하지만, 교육은 다시 시작할 것이다. 합리적인 소비를 통한 환경보호의 문제부터,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동안 환경교육은 행정에서, 민간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까지 의류는 클린하우스 옆 의류함에 넣으면 무료로 수거를 해준다. 플라스틱, 캔 등 재활용쓰레기도 아직은 무상수거를 하고 있다. 심지어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제품은 수거 보상금까지 준다. 하지만, 점점 더 새롭고 좋은 물건의 구입이 쉬워지고, 구입에 대한 일종의 죄의식이나 부담감이 없어져버리면 기하학적으로 늘어나는 재활용쓰레기 처리를 감당 못해, 이 무상수거 품목도 점차 유상화를 실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은 텀블러를 가방에 들고 다닌다. 편의점에서 원두커피를 뽑을 때도 내 컵을 사용한다. 자꾸 씻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차 안의 쓰레기가 훨씬 줄었다는 가벼운 마음은 든다.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은 조금만 고민하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장바구니 사용하기, 내 컵 사용하기, 물티슈·화장지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등등이다.

쓰레기 발생의 수요와 공급을 따라가기에는 행정력의 한계도 있지만, 섬이라는 한계, 지구라는 한계, 환경보호라는 한계가 더욱 크다. 레바논처럼 쓰레기처리가 어려워 도심에 야적해야 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말아야한다. 니탓 남탓을 하지 말고,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행정이 쓰레기를 적기적소에서 처리하는 일, 주민이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일, 모두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다. 1회용 제품 구매를 자극하는 기업, 내용물이 적은 과대포장의 제품,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 경영에 대하여 찬찬히 생각해 볼 때다. 그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인 시민이, 쓰레기 줄이기 위한 착한 구매를 할 때에 더욱 손박자가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