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종합신문] 창원에서 이주하여 제주도민이 되고서부터, 제주도를 찾는 지인들에게서 관광코스 추천 요청을 이따금 받곤 한다.

이미 여러 번 제주를 여행해 본 사람들에게 나이와 취향, 일정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서 추천하려다 보니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개인 방역을 위해 활동까지 제약되다 보니 사람이 붐비는 관광지를 추천하기도 조심스럽다.

창원에서 지낼 때, 누군가 창원에 여행할 만한 곳을 물어오면 큰 고민 없이 자전거 투어를 추천하곤 했다. 창원은 계획도시로 도심이 조성되어, 평평하고 널찍한 자전거 도로가 공원과 공원으로 이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끼고 달리면 시원하기 그지없다.

요즘 서귀포 도심에서도 전문가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장비를 갖춘 자전거 여행객들이 도로변에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마음이 썩 편안한 광경은 아니다.

사실 서귀포는 도심 안길이 좁다랗고, 경사진 길들도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평소 자전거에 익숙지 않은 관광객들이라면 일반 무동력 자전거로 투어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어려움도 많아 보인다.

그러나 아쉬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서귀포의 길은 빠르게 자전거를 타고 내달릴 때보다, 여유롭게 두 발로 걸을 때 그 진가를 발하기 때문이다.

이에 나는 사람들에게 구석구석을 걸으며 작은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유명 관광지 중심의 여행에서 벗어나 오랜 마을 길을 걸으며 각자의 즐거움을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사시사철 거리에 초록빛이 사그라들지 않는 서귀포 도심은 겨울철에도 걷기에 못 견딜 정도로 바람이 불거나 춥지 않아서 걷는 여행에 안성맞춤이다.

기존의 올레길이 주로 해안이나 오름 내 산길을 끼고 5~6시간 이상 진득이 걷는 길이었다면, 작년에 개장한 3개의 ‘하영올레’ 코스는 1~2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어 부담이 적다.

특히, ‘하영올레’ 코스는 도시의 옛 모습을 간직한 원도심을 통과하며 사람 사는 풍경을 함께 담고 있어, 가벼우면서도 꽉 찬 여행을 한 기분을 들게 한다.

오르락내리락 자연스레 만들어진 원도심의 다채롭게 이어지는 골목길은 미처 지루할 틈 없이 길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특히, 체류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요즘 시대의 관광객들이 그간의 관광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서귀포 실제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 특색이 가득한 작고 나지막한 구옥과 묘하게 어우러진 현대식의 세련된 건물들의 조화도 새롭다.

낮은 돌담과 사이사이 뿔소라 껍데기로 멋을 내어 보안 유지보다 장식의 역할에 충실해 보이는 담벼락. 오로지 관상수로만 쓰이는 듯, 겨울철 내 열매를 간직한 작은 감나무와 귤나무, 이국적인 야자수 등이 눈길을 끈다.

제주의 삶이 묻어나는 마당을 조심히 살피며,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길을 조용히 걸으며, 제주도의 과거와 현재의 평범한 하루를 상상해 보는 것도 즐겁다.

그렇게 걷다 보면 선물처럼 소위 말하는 ‘현지인 맛집’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이 모습들이 SNS속 제주여행 인증사진처럼 보기에 화려하진 않을지라도, 보여주기식 여행에서 벗어나 익숙한 풍경 속에서 다름을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서귀포를 찾는 모두가 차갑기만 했던 일상에 내가 그간 서귀포에서 발견한 정겨운 따뜻함을 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