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시사종합신문]남재옥 기자 = 옛사람들은 머리를 깨끗하게 손질 할 때 빗살이 촘촘한 참빗을 썼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다, 전남 담양에는 참빗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장인이 있다.

수 십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아담한 작업장. 고행주 어르신은 오늘도 어김없이 참빗을 만든다. 아버지 어깨 너머로 기술을 익혀 참빗을 만들던 소년은 이제 흰머리 무성한 노인이 됐다. 벌써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롯이 참빗과 함께 해온 세월을 낡은 연장들은 기억하고 있다.

겉보기에 조그마한 참빗이지만,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간다. 3년 된 왕대나무를 잘게 쪼갠 다음, 단단한 껍질을 골라 빗을 만든다. 참빗 하나에 0.4㎜ 정도의 빗살 100여 개가 들어간다. 가느다란 빗살을 매끈하게 다듬고 엮어 완성품을 만드는데, 보름동안 수백 번의 손길을 거쳐야 참빗이 완성된다.

정성을 다해 만든 참빗이지만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1960년 대 만해도 담양에서 참빗을 만드는 집이 2백 곳이 넘었다. 하지만 이제는 단 두 곳만 남았다. 해방 이후 파마머리가 유행하고 플라스틱 빗이 나오면서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찾는 사람이 적어도 장인에게 최고의 빗은 언제나 참빗이다.

고운 색을 입힌 '색색이 참빗'도 만들고 있다. 참빗살에 물을 들여 빛깔이 곱다. 색색이 참빗은 주로 장식용으로 찾고 있다. 고행주 어르신은 큰아들 고광록 씨가 있어 든든하다.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직업도 아니지만 묵묵히 대를 이어 참빗을 만들고 있다. 고광록 씨는 "전통 참빗에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더한 새로운 참빗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머리를 빗는데 쓰지 않더라도 소장용으로 지니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6대를 이어온 고집스런 장인 정신이 사라져 가는 전통 참빗의 가치를 조금씩 되살리고 있다."고 말한다.

오늘도 고행주 어르신은 작업실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몸은 느리고 무뎌졌지만, 흔들림 없이 참빗을 만드는 장인의 열정만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