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시사종합신문]남재옥 기자 = 잎과 꽃이 평생 한 번도 만나지 못한다고 해서 상사화라고도 부르는 그리움의 꽃. 꽃무릇, 꽃무릇이 곱게 얼굴을 내민 전남 영광 불갑사로 가보자

가녀린 대 위에 화려함을 뽐내는 꽃무릇이 하나둘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꽃무릇을 따라 발길을 옮기다 보면 아담한 산사와 마주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불교를 전한 진나라의 승려 마라난타가 침류왕 1년에 창건했다는 불갑사다. 보물 제830호인 불갑사 대웅전. 화사한 문 창살의 생김새가 각기 다르다. 국화, 모란 등 무늬가 정교하고 아름다워 불교미술의 극치라 전해진다.

이곳엔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이 있다. 조선시대 만들어진 목조불상으로 보물로 지정돼 있다.

비단을 화폭 삼아 그린 후불탱화 삼세불회도. 기법이 섬세하고 아름다워 불교 미술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불상 위에 설치된 닫집은 날렵한 처마가 달린 기와집 형태의 목조구조물로 화려하고 아름답다.

기둥을 타고 내려오는 오소리를 용이 잡으려는 모습의 나무장식도 독특하다.

영광 불갑사 지장시왕도, 비단에 그린 채색화로 밝고 선명한 색조, 가늘고 섬세한 필법 등 우수한 회화 기법으로 표현돼 있다.

대좌, 부처님이 앉아있는 자리는 엄숙하게 부처님을 지키고 있는 동물과는 달리 우스꽝스런 표정으로 한 눈을 팔고 있는 사자 한 마리가 눈에 띤다.

불갑사 대웅전의 용마루 장식물에는 인도에서 쓰이는 보주 형식인 스투파 양식이 엿보인다. 스투파는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리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갑사 대웅전이 유일하다.

스님들이 사용하는 일광당, 낡고 버려진 물건을 활용해 지은 것이지만 균형미가 뛰어나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영광 불갑사 동종은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졌다. 기록이 남아있어 제작연대와 제작 장인, 봉안처, 시주자가 누군지 알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112호로 지정된 참식나무. 상록활엽수로 신라 법흥왕 때 경운스님과 인도공주 진희수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참식나무의 열매는 염주를 만든다.

영광 불갑사의 백미는 꽃무릇이다. 산사 주변을 둘러싼 꽃무릇을 따라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꽃무릇은 화려함과 애틋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꽃이지만 변치 않는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어 참사랑을 의미하기도한다. 화려하고 유혹적인 빛깔이라 절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뿌리에 있는 독성분이 단청이나 탱화의 벌레를 쫓는다해서 절 주변에 많이 자란다. 이곳에서는 24일까지 영광불갑사 상사화축제가 열린다. 꽃무릇은 오는 추석 연휴까지 선홍빛을 뽐낼 예정이다.

백제불교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한국 불교의 시원 영광 불갑사. 애틋한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화사한 꽃길 속으로 가을여행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