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종합신문] 비범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다시 돌아온 평범한 일상이 귀하다. 제자리로 돌아간 무자극의 일상이 감사하다.

그는 기초수급자이다. 그는 노숙인이다. 그는 알콜중독자이다. 야심한 밤 수화기 너머로 귀차니즘 가득한 목소리의 경찰이 하소연 하며 당직자를 힘들게(?) 하기 일쑤이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아무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똥과 오줌과 피로 염색되어 그와 한 몸이 되어 새어나오는 잔혹한 냄새에도 술 친구로 살고 있는 몰염치한 그들 외에는...그를 받아준 이도 없지 않다. 비록 겨울 끝자락이지만 여전이 찬바람이 기승을 부리는 따스한 온기 하나 없는 오래된 시골 여관의 주인이다. 돈도 한 푼 없고 술만 마셔대고 길거리에서 휘청대지만 잠시라도 머물게 3층 방 한 칸을 내어주었다. 그가 방을 떠났다. 그가 머물러 있던 공간은 참혹했다.

차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흡사 구더기처럼 보이는 술과 범벅된 부스러기, 수 개의 소주병, 담배꽁초, 피와 똥이 하나된 옷가지들이 뒤섞인 침대 위 한 귀퉁이에 그가 덮었던 얇은 이불이 구겨져 있다. 무슨 이유 에선지 경찰과 법원으로부터 날아든 고지서도 수북하다.

주민센터, 여관, 농협, OO병원(입원 불허), 다른 OO병원(가까스로 입원), 어렵사리 간병인 연계(고마우신 간병인), 2주 입원(의료비 지원 연계), 갑작스런 퇴원, 다른 OO병원 진료(알콜중독 치료) 및 입원 결정, PCR검사, 노숙인시설 일시보호, 입원, 하룻만에 코로나 양성 판정, OO병원으로 전원. 이레를 그에게 올인한 것 같다.

그가 떠나자 특수청소를 했다. 다시는 이방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란 확신으로. 그가 머물던 방과 그보다 더 참혹한 화장실(세면실)을 그에게 은혜를 베푼 주인과 함께였다.

흔적을 없애고 정리하는 직업을 “특수청소”라고 한다. 그러나 그 방에는 한줌의 추억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행여나 그의 마음속엔 남아 있을까!

어려운 이웃에게는 여름보다 겨울이 더욱 혹독하고 힘겹다고 한다. 세찬 겨울바람이 그 추억까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쓸어가 버린 것이 그 이유이지 않을까!

푸르름을 더해가고 있는 보리친구들이 반갑다. 따뜻한 봄바람이 살며시 곁으로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