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아수다예
제주시 문화예술과 교류협력팀장 김충범
시사종합신문입력 : 2025. 03. 25(화) 10:11
제주시 문화예술과 교류협력팀장 김충범
[시사종합신문] 몇 년 전 꿈에 아이유가 찾아와 나를 위한 단독 콘서트를 열어 주었다. 다음 날, 돼지꿈을 넘어서는 대박 꿈이라 직감하고 로또복권에 나에게는 거금인 5만 원을 질렀다. 비록 대박과는 거리가 먼 5등이었지만, 한 때 아이유의 팬을 자임했던 나로서는 한동안 행복감에 젖어 살았다.

요새 유일하게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본다. 아이유와 박보검의 연기도 찰떡이었지만, 아이유의 엄마 역을 맡은 염혜란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나를 포함해 모든 TV 밖 제주의 자식들의 마음을 ‘툭’하고 건드린다. 그녀가 나올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라 눈물샘이 마를 겨를이 없었다.

나의 어머니 ‘순희’. 소위 말하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제주의 아픔을 온몸으로 뚫어낸 수많은 ‘제주의 순희’ 중의 한 분이셨다. 홀로 감귤농사를 지으며 1남 4녀를 키우셨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 염혜란 배우가 해녀복을 입은 모습으로 기억되듯이, 나에게 어머니는 땀으로 범벅된 농약 방제복을 입은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제 나도 그 시절 어머니의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어머니의 헌신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완전히 깨닫진 못한다. 시대의 고난을 견디며 강인함과 희생으로 이어져온 어머니의 역사가 TV 속 드라마에서 펼쳐지고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제주 여인의 삶을 주제로 한 드라마를 보며 잠시 감상에 젖어본다. 봄을 상징하는 노란 유채꽃밭과 제주바당 특유의 김녕 해변, 오롯하게 서 있는 성산일출봉 등은 여전히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그러나 그 시절 그 속에서 살아 숨 쉬었던 모든 제주 여인의 삶은 애절하고 또 애절했을 것이다. TV 속 제주 여인의 모습에, 그리고 나의 어머니를 비롯한 그 시절 모두의 어머니에게 드라마의 제목을 빌려 한마디 위로를 건네 본다. ‘폭삭 속아수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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