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곳에서 피어나는 힘, 황근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산지경영팀장 이형희
시사종합신문입력 : 2026. 07. 27(월) 08:36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산지경영팀장 이형희
[시사종합신문] 여름,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나도 이렇게 더위에 지치는데, 이 뙤약볕을 온몸으로 견디며 조용히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바로 황근, 흔히 '노란 무궁화'라 불리는 꽃이다.
황근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장미처럼 진한 향을 내뿜지도, 모란처럼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지도 않는다. 그저 연한 노란빛 꽃잎을 조심스레 펼치고, 한가운데 붉은 무늬 하나를 품은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수수함 속에는 강인한 생명력이 숨어 있다.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볕을 꿋꿋이 견디며 꽃을 피우는 황근의 꽃말은 '보물주머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보물주머니에 또 하나의 귀한 가치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만드는 식물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 탄소를 저장하는 중요한 생태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황근은 제주 해안에서 자생하는 세미맹그로브 식물로 분류되며, 맹그로브 생태계는 일반 산림보다 높은 탄소 저장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해 제주도는 황근을 활용한 세미맹그로브 숲 조성 사업을 추진하며, 해안 생태계 복원과 탄소흡수원 확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다. 화려하지 않은 노란 꽃 한 송이가 바람과 햇볕을 견디며 묵묵히 자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겉으로는 소박하지만 속에는 세상을 위한 귀한 가치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보물주머니'라는 이름이 더욱 잘 어울린다.
이 꽃을 보고 있으면 문득 우리 주변의 무뚝뚝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경상도 남자는 하루에 세 마디만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밥 묵자", "자자", 그리고 "아는?" 이 세 마디면 하루를 다 산다는 것이다.
제주도 남자도 만만치 않다. 바람 많고 거친 자연 속에서 살아온 탓인지 말수 적고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 많다. 그러니 경상도 남자와 제주도 남자, 누가 더 무뚝뚝한지 가리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안다. 그 무뚝뚝함은 결코 무심함이 아니라는 것을. 말은 적어도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고, 표현은 서툴러도 가족을 향한 걱정은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아내가 비를 맞지 않도록 말없이 우산을 챙겨주고, 자식 걱정에 밤잠을 설치면서도 아침이면 무심한 듯 "밥 뭇나"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들. 화려한 말보다 묵직한 행동으로 사랑을 전하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소금바람을 맞으며 홀로 피어난 노란 황근꽃 한 송이. 누구의 눈에도 크게 띄지 않지만,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자연을 품고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그 모습은 말없이 우산 하나를 챙겨주고 돌아서는 무뚝뚝한 손길과 꼭 닮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침묵 속에,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삶 속에 가장 깊은 진심이 깃들어 있는 법이다.
올여름 바닷가에서 노란 황근꽃 한 송이를 만나거든 잠시 걸음을 멈춰보자. 화려하지 않아도 세상을 지키는 힘은 그렇게 조용한 곳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 역시 말없이 건네는 마음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그 작은 꽃이 우리에게 가만히 말해주고 있을지 모른다.
장미처럼 진한 향을 내뿜지도, 모란처럼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지도 않는다. 그저 연한 노란빛 꽃잎을 조심스레 펼치고, 한가운데 붉은 무늬 하나를 품은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수수함 속에는 강인한 생명력이 숨어 있다. 소금기 가득한 바닷바람과 뜨거운 햇볕을 꿋꿋이 견디며 꽃을 피우는 황근의 꽃말은 '보물주머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보물주머니에 또 하나의 귀한 가치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만드는 식물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 탄소를 저장하는 중요한 생태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황근은 제주 해안에서 자생하는 세미맹그로브 식물로 분류되며, 맹그로브 생태계는 일반 산림보다 높은 탄소 저장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주목해 제주도는 황근을 활용한 세미맹그로브 숲 조성 사업을 추진하며, 해안 생태계 복원과 탄소흡수원 확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다. 화려하지 않은 노란 꽃 한 송이가 바람과 햇볕을 견디며 묵묵히 자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겉으로는 소박하지만 속에는 세상을 위한 귀한 가치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보물주머니'라는 이름이 더욱 잘 어울린다.
이 꽃을 보고 있으면 문득 우리 주변의 무뚝뚝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경상도 남자는 하루에 세 마디만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밥 묵자", "자자", 그리고 "아는?" 이 세 마디면 하루를 다 산다는 것이다.
제주도 남자도 만만치 않다. 바람 많고 거친 자연 속에서 살아온 탓인지 말수 적고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 많다. 그러니 경상도 남자와 제주도 남자, 누가 더 무뚝뚝한지 가리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안다. 그 무뚝뚝함은 결코 무심함이 아니라는 것을. 말은 적어도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고, 표현은 서툴러도 가족을 향한 걱정은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아내가 비를 맞지 않도록 말없이 우산을 챙겨주고, 자식 걱정에 밤잠을 설치면서도 아침이면 무심한 듯 "밥 뭇나" 한마디를 건네는 사람들. 화려한 말보다 묵직한 행동으로 사랑을 전하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소금바람을 맞으며 홀로 피어난 노란 황근꽃 한 송이. 누구의 눈에도 크게 띄지 않지만,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자연을 품고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그 모습은 말없이 우산 하나를 챙겨주고 돌아서는 무뚝뚝한 손길과 꼭 닮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침묵 속에,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삶 속에 가장 깊은 진심이 깃들어 있는 법이다.
올여름 바닷가에서 노란 황근꽃 한 송이를 만나거든 잠시 걸음을 멈춰보자. 화려하지 않아도 세상을 지키는 힘은 그렇게 조용한 곳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 역시 말없이 건네는 마음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그 작은 꽃이 우리에게 가만히 말해주고 있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