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耕者有田)과 농지전수조사,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오승택 기자입력 : 2026. 03. 08(일)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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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택 시사종합신문 대표이사
[시사종합신문 = 오승택 기자] 최근 정부가 추진하려는 농지 전수조사와 경자유전 원칙의 강화는 우리 농업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헌법에도 명시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땅을 가져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농지 정의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오랜 시간 동안 현실 속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이번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 전수조사는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지를 실제로 경작하지 않으면서 소유만 하고 있는 비농업인,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 불법 임대차 문제 등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농지의 공공성과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필요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농민들은 이 정책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농업소득의 구조적인 문제다. 우리 농업은 오랜 기간 낮은 농업소득 구조 속에서 유지되어 왔다. 많은 농민들은 농사만으로 충분한 소득을 얻기 어려웠지만, 그나마 농지 가격 상승이 심리적·경제적 보상 역할을 해 왔다. 농지 소유가 일종의 노후 자산으로 기능해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력한 농지 규제가 도입될 경우 고령 농민들의 자산 가치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고령화와 후계농 부족 문제다. 현재 농촌의 상당수 농민들은 이미 70세를 넘긴 고령층이다.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농사를 이어받을 후계자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경자유전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이는 농민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된다.

세 번째는 임차농 문제다. 우리 농업 현장에서는 임대농지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이 적지 않다.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임대차 관계가 급격히 정리되면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이 농지에서 쫓겨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정책의 취지가 오히려 현장 농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농지 전수조사는 단순한 조사나 규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강한 의지와 정책의 일관성이다. 경자유전 원칙을 현실에서 지켜내겠다는 분명한 방향 속에서 농민들의 현실을 함께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고령 농민의 농지를 공공이 매입해 청년농에게 임대하는 방식, 임차농의 경작권을 보호하는 제도, 후계농 육성을 위한 장기적인 농지은행 확대 등의 대안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농지를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니라 식량안보와 농업의 기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경자유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농업의 기본 철학이다. 그러나 원칙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려면 농민의 삶과 농촌의 구조를 함께 고려한 세심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농지 전수조사가 농지 투기를 바로잡고 농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정책 논쟁으로 끝날지는 결국 정부의 정책 의지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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