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여는 찰나의 길, 추자도 모세의 기적 ‘다무래미’
제주시 추자면 부면장 차무관
시사종합신문입력 : 2026. 10. 09(금)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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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추자면 부면장 차무관
[시사종합신문] 제주와 육지 사이, 다도해의 바람이 머무는 섬 추자도에는 사람의 발길보다 물길의 흐름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특별한 곳이 있다.

바로 상추자도 끝자락, 하루 두 번 바다가 갈라지며 모습을 드러내는 갯길로 연결되는 작은 섬 ‘다무래미’다. 흔히 ‘추자도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이곳은 아무 때나 허락되지 않는다.

달과 지구, 태양이 일렬로 서며 물을 가장 깊이 밀어내는 사리 때, 간조의 시각에 맞춰 가야만 비로소 자갈과 바위에 덮여 있던 바닷길이 드러난다.

물이 빠진 자갈길을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몽돌들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는 어떤 음악보다 명징하다.

썰물과 함께 서서히 나타나는 이 길은 인간의 의지나 기술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자연 고유의 순리와 리듬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다리지 않으면 건널 수 없고, 물이 차오르기 전에 돌아오지 않으면 고립된다는 단순한 사실은 우리가 잊고 살던 ‘기다림’과 ‘때(時)’의 가치를 새삼 깨닫게 한다.

다무래미에 들어서서 바위에 앉아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바다가 비워낸 그 공간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느껴진다. 길이었던 곳이 다시 바다가 되고, 바다였던 곳이 다시 사람이 거니는 길이 되는 변화의 과정을 보며 삶의 수많은 관계와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막힘과 연결, 멈춤과 나아감 역시 다무래미의 물길과 닮아 있다. 때로는 거센 파도에 길이 막힌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묵묵히 때를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숨은 길이 나타나듯 공직생활의 수많은 난관과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민원들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방법을 찾다보면 숨통이 트이는 찰나의 기적은 반드시 찾아온다.

추자도 다무래미의 바닷길은 단순히 관광지로서의 신비로움을 넘어, 차오름과 비워냄을 반복하며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자연의 거대한 위로다.

잠시 일상의 가쁜 숨을 고르고 싶다면, 다무래미의 갯길을 걸어보길 권한다. 찰나의 순간 바다가 열어주는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잊고 있던 스스로의 속도를 되찾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조용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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