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까운 공원에서 잠시 쉬어가자.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산지경영팀장 이형희
시사종합신문입력 : 2026. 10. 18(일)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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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공원녹지과 산지경영팀장 이형희
[시사종합신문] 완연한 가을이다. 높고 맑은 하늘을 보면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라는 애국가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이런 날에는 가까운 숲에 돗자리 하나를 펴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싶어진다.

몇 해 전 런던에서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넓은 공원들을 둘러본 적이 있다.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는 사람, 나무 아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햇볕을 즐기는 사람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유를 누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공원은 운동을 하거나 지나는 통로가 아니라, 특별한 목적 없이 머물며 쉬어가는 공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도 크고 작은 공원과 숲이 많다. 하지만 매일 지나면서도 어디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어떤 꽃이 피고 지는지 무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자주 바라보지 않으면 늘 곁에 있어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봄에는 새롭게 피어나는 생명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고, 가을에는 한 해를 지나온 나무와 풀을 바라보는 여유가 있다. 조금씩 색이 변하는 나뭇잎과 바람에 흔들리는 풀, 한철을 보내고 지는 꽃은 가을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풍경이다.

그러니 조금 천천히 걸어 보면 어떨까. 멀리 이름난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좋다. 집 가까운 공원이나 숲에 돗자리를 펴 보자. 구석구석 거닐다 보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가까운 공원이 일상의 쉼터라면, 정원은 누군가 정성껏 가꾼 풍경 속에서 쉬어가는 또 다른 방법이다. 오는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제주혁신도시 바람모루공원 일원에서 ‘돌담 사이 바람의 숨결, 정원으로 피어나다’라는 주제로‘2026 대한민국 제주정원문화박람회’가 열린다.

제주의 돌담과 바람을 품은 정원들 사이를 걷다 보면,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쉼의 방식을 새롭게 만나게 될 것이다. 각기 다른 개성과 이야기가 담긴 정원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보길 권한다.

우리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때로는 조금 천천히 걸어야 보이는 것이 있고, 잠시 멈춰 서야 마음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다.

가까운 공원에서 큰 나무와 작은 꽃에 눈길을 주고, 높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쉬어가자. 잠깐의 멈춤은 가던 길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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